대도시의 화려함과 속도를 벗어나, 조용하고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도시마다 고유한 역사와 정취, 그리고 섬세한 라이프스타일을 간직하고 있어 '소도시 여행'의 진가를 발휘하기에 좋은 나라입니다. 2025년 현재,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 점차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일본 소도시 TOP5를 선정해 소개합니다.
가나자와 –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골목의 도시
가나자와는 이시카와현의 중심 도시로, ‘작은 교토’라고 불릴 만큼 전통적인 거리 풍경과 현대적인 감각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소도시입니다.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약 2시간 30분 거리로 접근성도 좋아, 교토나 오사카만큼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대표 명소인 겐로쿠엔 정원은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히며,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자연미를 감상할 수 있는 정원입니다. 이 정원과 맞닿아 있는 가나자와 성터, 21세기 현대미술관 등은 고풍스러움과 현대미가 절묘하게 섞인 독특한 공간감을 제공합니다. 또한, 히가시차야가이 지역은 전통 찻집 거리로, 에도 시대의 목조건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골목마다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곳에서는 일본 전통 음악을 들으며 금박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고, 소규모 공방에서 수제 악세사리나 전통 도자기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가나자와는 바다와도 가까워 신선한 해산물 요리의 천국이기도 합니다. 오미초 시장에서는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초밥을 즐길 수 있고, 시장 내 노포들은 여행자들의 미각을 만족시켜줍니다. 조용하고 정적인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가나자와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다카야마 – 옛 일본의 정취가 살아있는 마을
기후현 북부에 자리한 다카야마는 해발 500m 이상 고지대에 위치한 전통 소도시입니다. 히다 지역으로도 불리며, 자연과 역사, 전통문화가 살아 있는 마을로 ‘일본의 알프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다카야마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잘 보존된 구시가지입니다. 에도 시대의 상점, 주점, 양조장, 민가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마치 일본 역사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줍니다. 산마치스지는 다카야마의 대표 거리로, 전통주 양조장과 일본식 찻집, 수공예품 상점들이 가득합니다. 특히 4월과 10월에 열리는 ‘다카야마 마츠리’는 일본 3대 축제로, 수백 년 역사의 축제 수레(야타이)가 거리를 누비며, 거리 곳곳에서 전통 인형극과 민속공연이 펼쳐집니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행사로, 조용한 시골 마을이 축제 기간에는 활기를 띱니다. 식도락 면에서도 히다규는 전국적으로 유명합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의 히다규는 스테이크, 스시, 꼬치구이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며, 고급 레스토랑뿐 아니라 시장에서도 맛볼 수 있습니다. 또한 다카야마는 겨울의 눈 풍경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합니다. 눈 쌓인 전통 건물 사이를 걷는 경험은 다른 일본 도시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특별한 감성을 줍니다. 인근 시라카와고와 연계 여행도 추천되며, 도시 전반이 조용하고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완벽한 소도시입니다.
쿠라마 – 교토 북쪽의 산속 온천 마을
쿠라마는 교토 북쪽, 산 속 깊숙이 자리한 작은 온천 마을로, 자연과 명상, 전통이 어우러진 장소입니다. 교토 시내에서 에이잔 전철을 타고 약 30~4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당일치기로도 많이 방문되지만, 숙박을 하며 온천을 즐기는 여행객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마을의 중심에는 ‘쿠라마데라’라는 사찰이 있습니다. 이곳은 천태종 계열의 산중 사찰로, 산 중턱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숲길을 따라 올라야 도착할 수 있는데, 등산과 산책을 겸한 영적 체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쿠라마데라에서 바라보는 산 풍경은 사계절 내내 장관이며, 산 정상에서 느끼는 청량한 공기와 조용함은 도심 속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감각입니다. 쿠라마 온천은 일본 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노천온천 중 하나입니다. 특히 노천탕에서 바라보는 단풍과 설경은 매우 인상적이며, 외국인에게도 친숙한 서비스와 청결한 시설로 유명합니다. 일반 입욕객도 받을 수 있지만, 숙박과 함께 이용하면 프라이빗한 힐링을 더할 수 있습니다. 쿠라마는 상업적인 관광지라기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연과 연결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영적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요가, 명상, 리트릿 프로그램과 연계한 투어 상품도 증가하고 있어 마음의 휴식이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되는 장소입니다.
오부세 – 일본식 감성과 예술이 흐르는 마을
나가노현에 위치한 오부세는 소도시 중에서도 예술 감성과 일본 전통미가 아름답게 융합된 마을입니다. 인구는 약 1만 명 남짓이지만, 이 작은 도시에는 일본 예술계의 거장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흔적과 전통 일본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이 가득합니다. 오부세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호쿠사이관’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후지산 36경>의 작가 호쿠사이가 오부세에 머물며 작업한 작품들을 전시한 박물관으로, 회화와 목판화, 필묵 작품까지 다양한 장르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오부세는 ‘밤’으로 유명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가을이면 온 마을이 밤꽃으로 물들고, 밤을 활용한 디저트와 전통 요리는 오부세의 명물입니다. 특히 밤 크림 파르페와 밤 소바는 현지에서도 줄 서서 먹는 대표 먹거리로 손꼽히며, 식도락 여행객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거리는 좁지만 골목마다 예술 공방, 전통 찻집, 부띠끄 상점들이 줄지어 있으며, 카페 문화와도 잘 어우러져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예술 전시장 같은 느낌을 줍니다. 오부세는 하루면 다 둘러볼 수 있는 작은 규모지만, 여유롭게 걸으며 감성을 충전하기에 최적의 일본 소도시입니다.
벳푸 – 온천과 증기 가득한 힐링 도시
큐슈 오이타현에 위치한 벳푸는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온천 도시’입니다. 온천 수증기로 덮인 거리 풍경이 이색적이며, 실제 일본 전체 온천 수량의 10%가 벳푸에서 발생한다고 할 만큼 온천 자원이 풍부합니다. 가장 유명한 체험은 ‘지옥온천 순례(지고쿠메구리)’입니다. 붉은색, 파란색, 진흙 등 다양한 색과 형태의 온천들이 분출되는 이 지역은 마치 외계 행성처럼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단순히 몸을 담그는 온천이 아닌, 시각적으로도 즐길 수 있는 명소입니다. 또한 벳푸에는 ‘모래찜질’, ‘증기요리’ 등 온천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며, 온천 달걀, 온천 푸딩처럼 지역 특산 음식들도 풍성합니다. 대부분의 숙소에는 개별 노천탕이 딸려 있어 프라이빗한 힐링 여행이 가능하며, 1박 기준 숙박비도 합리적인 편입니다. 가족 여행, 효도 여행, 커플 여행 등 다양한 여행 스타일에 어울리는 도시이며,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영어 안내와 셔틀 시스템도 대폭 확충되어 여행의 편의성도 향상되었습니다. 벳푸는 단순한 온천 도시를 넘어, 전신의 피로와 마음까지 치유할 수 있는 ‘웰니스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5년 일본 여행의 키워드는 ‘소도시의 발견’입니다. 도시마다 고유한 역사, 예술, 음식, 자연, 온천을 품고 있는 일본의 소도시들은 도쿄와 오사카에서 느낄 수 없는 진짜 일본의 매력을 전해줍니다. 가나자와, 다카야마, 쿠라마, 오부세, 벳푸 이 5개 도시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여행지이니 꼭 한 번 가보시길 바랍니다!